을지로 골목에서 만난 우촌, 배달음식에서 정성을 느낀 날

귀차니즘이 강하고 예민한 나에게 이렇게 글을 작성하게 만든 그 식당은 도대체 뭘까?

배달의민족으로 음식을 시키면서, 직접 블로그에 글까지 작성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게 정보를 보니 주소는 서울 중구 을지로12길 24 1층으로 되어 있었다.

을지로?

매우 가깝기도 하고, 항상 지나가는 길인데 왜 못 봤을까?

지도를 보니 큰길가가 아니라 안쪽 골목길에 있었다.
그래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 같다.

그 가게는 숯불구이 명가 **“우촌”**이었다.

2TV 생생정보 460회에 돌솥밥설렁탕으로 방송에 나온 가게라고 한다.
충무로를 항상 사랑하면서도 이런 가게를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매일 걷던 길인데, 나의 탐색 능력이 조금 식었나 보다.

우촌 광고 이미지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해당 가게가 등록된 네이버 지도로 연결 됩니다>


🥢 맛과 성질은 다르다

아무리 맛이 좋은 음식이라도, 가게 사장의 인성과 품위에 따라 음식의 성질은 달라진다.

맛과 성질은 다르다.

성질이 나쁘면 아무리 맛있어도 몸에 좋지는 않다.
음식은 단순히 혀로만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담긴 태도, 정성, 손님을 대하는 마음까지 함께 전달된다.
인성과 품위에 따라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내고
어떻게 위생을 지키느냐
에 크게 좌우한다.

그런데 우촌은 달랐다.

음식이 정갈했다.
심지어 배달음식인데도 그랬다.

맛과 양은 물론이고, 제일 중요한 정성이 보였다.
이건 그냥 먹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음식이었다.

단골이 되면서 이런 장점을 알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리뷰도 적지 않았다.
그냥 감사히 먹었다.
그런데 늘 한결같았다.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배달을 해주는데 리뷰를 적지 않는 건 배신처럼 느껴졌다.
내 돈 내고 내가 먹는 것이니 내 마음이긴 하지만, 이건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서로 오가는 정에 가까웠다.

정성이 있으면 성의를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 정성은 가격표에 적히지 않는다

음식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보통 맛과 양이다.
하지만 정성은 가격표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성은 가게의 자유 선택이다.
귀찮고, 손이 많이 가고, 때로는 불필요한 비용까지 들어간다.
요즘 세상에 누가 굳이 정성을 담으려 할까?

그냥 많이 팔면 그만이지.
그냥 배만 부르면 그만이지.
그런 세상 아닌가?

유명한 유튜버가 한솥 가득 먹어 치우는 자극적인 방송이 주목받고,
음식의 가치를 양과 자극으로만 승부시키는 세상 아닌가?

그런데 음식 하나로 이렇게 깊게 생각하게 만든 우촌은, 어떻게 보면 참 좋은 가게인 것 같다.


💪 힘이 나는 한 끼

**“콩나물국밥+제육”**이 아니라,
**“힘내세요 콩나물국밥+제육”**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을지로 골목에서 만난 우촌, 배달음식에서 정성을 느낀 날



개인적으로는 계란반숙에 김 한 장을 넣고,
콩나물국밥 국물 3숟가락 정도와
콩나물을 조금 더해 비벼 먹는 조합이 좋았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국물의 따뜻함과 김의 고소함,
반숙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지면서 한 끼의 만족감이 더 깊어졌다.

먹으면 힘이 난다.

감동을 주는 음식은 단순히 양이 많은 음식이 아니다.
맛과 정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

옛날 어머니들이 밥상을 차려주실 때, 너무 맛있어서 몸을 떨며 춤을 추고 싶던 그 느낌.
오버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때처럼 실제로 춤을 추지는 않더라도 그 추억이 떠오른 것을 어쩌겠는가.

음식은 때때로 기억을 꺼내온다.
그리고 좋은 음식은 사람을 잠깐 멈춰 세운다.

오늘의 한 끼가 그랬다.


📝 리뷰보다 먼저 보이는 것

리뷰가 많아도 맛과 정성이 담긴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리뷰가 많아도 정작 나에게 온 밥은 별 2점짜리였던 적이 많았다.
거기서 거기였다.

그래서 나는 리뷰를 잘 달지 않는다.
가게도 사정이 있겠거니 싶어서, 괜히 별 2점을 줘 자영업자들을 괴롭히는 것 같아 하지 않는다.
귀찮기도 하지만, 굳이 내 손가락을 움직일 만큼 마음이 가는 가게도 많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도 배달 리뷰를 작성하는 걸 귀찮아한다.

“그냥 배만 부르면 되지 뭐.”

그래서 나는 리뷰가 30~40개뿐인 가게라도, 심지어 한 자리 숫자의 리뷰를 가진 가게라도 음식을 시킨다.
그 가게가 맛과 양에서 기본만 한다면, 내가 제일 먼저 보는 것은 정성이다.

음식에는 이상하게도 그게 보인다.
대충 만든 음식인지, 손님을 생각한 음식인지.


🔍 나는 흔한 리뷰를 믿지 않는다

나는 리뷰를 쉽게 믿지 않는다.

네이버에 올라온 음식 리뷰들을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비슷한 문장, 비슷한 사진, 비슷한 칭찬으로 도배된 맛집 글들이 너무 많다.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구별하기도 어렵다.

결국 직접 먹어봐야 안다.

그래서 나는 네이버식 블로그 문법을 거른다.
무조건 거른다.

맛집의 맛만 꺼내도 블로그 차단이다.

주방장이 바뀔 수도 있고,
가게 사정이 바뀔 수도 있고,
양도 맛도 바뀔 수 있다.

심지어 돈을 벌고 나면 초심을 잃는 가게 사장도 있다.

영원한 만점 리뷰는 없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가게도 너무 많다.

대가를 받고 맛을 말하는 세상.
파워블로거라는 가상의 메달을 믿는 세상.
음식 리뷰를 권력처럼 사용하는 세상.
조금만 잘못해도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세상.

언제부터 음식이 이렇게 복잡해졌을까.

“이모, 여기 밥 하나 더 주세요.”
“여기 너무 맛있어요.”
“그래? 다음에 또 와. 맛있게 해줄게.”

글로 다 표현하긴 어렵지만, 이런 정이 오가던 세상은 지난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어떻게든 내 돈 주고 손해 보지 않으려는 손님.
어떻게든 남겨 먹으려는 가게 사장.
그 사이에 파고드는 블로그라는 사냥꾼.

서로가 갑이 되려고 한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진짜 좋은 가게를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 오래 남았으면 하는 가게

이런 세상에서 우촌은 마음에 남는 가게였다.

이 가게만큼은 오랫동안 유지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널리 입소문이 나서 매출도 많이 오르고, 사장님도 돈 많이 버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 손님에게 음식으로 베풀 수 있는 날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정성스럽게 음식으로 베풀고 계시지만, 사장님도 돈을 많이 버셔야 그 정성도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사장님, 부자 되세요.
잘 먹었습니다.

숯불구이 명가 우촌



❤️ 여기반하다의 첫 기록

이 글은 단순히 한 끼를 먹고 남기는 글이 아니다.

내가 흔한 리뷰를 싫어하면서도,
광고처럼 보이는 글을 경계하면서도,
귀찮음을 이기고 굳이 글을 쓰게 만든 첫 기록이다.

좋은 곳은 많을 수 있다.
유명한 곳도 많을 수 있다.
리뷰가 많은 곳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곳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은 여기반하다의 첫 글로 남긴다.

여기반하다는 많은 곳을 소개하는 공간이 아니다.
정말 마음이 움직인 곳만 남기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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